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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0일간의 필리핀 자유여행을 계획하면서, 고민 끝에 세부, 보홀, 보라카이, 마닐라 지역을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필리핀 여행의 초행자로 인터넷에 있는 많은 필리핀 여행 정보를 모으고 터득하고 익혔다. 노력과는 상관없이 필리핀 자유여행의 현실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지옥여행 9일을 버티다 보니 알게 되었다. 보라카이에서 보낸 하루만으로 필리핀 여행의 이유는 충분했다는 것을.


 4월 26일 세부에서 보라카이 섬으로 가기위해 말라이 Malay 카티클란 Caticlan 공항에 도착했다. 보라카이 섬으로 입도하려면 카티클란 공항에서 선착장으로 이동, 보라카이 섬으로 가는 배를 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카티클란 공항에 도착하면 숨돌릴 틈 없이 대합실을 통과 공항 밖으로 나가게 된다. 공항 밖에는 삐끼도 없고 택시도 심지어 툭툭이도 없다. 어딜가나 택시 삐끼들이 가득했던 필리핀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공항에서 걸어 나오면 길 건너에 작은 사무실 같은 간이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대기 중인 툭툭이를 타는 수밖에 없는 거다. 가격 동결인가... 툭툭이 값이 꽤 비쌌지만, 툭툭이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보라카이 섬이 아닌 보라카이 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과 가까운 곳에 예약을 했었다. 

숙소 밖 해변 풍경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보라카이로 가는 배 선착장으로 가 보았다. 오후 2시쯤인데 선착장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저 속에 내가 없는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처음으로 Inasal 이나살 식당을 경험했다. 흰 밥과 바비큐 닭다리 하나가 전부인데, 간장을 뿌려 먹는 밥 맛이 천국의 맛이었다. 흰 밥을 무한리필로 주문하고 무한정 먹어댔다. 이후로 필리핀 다른 지역을 여행하면서 이나살을 가 봤지만 이곳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아지노모노의 비밀이였다는 것도 알았다.

다음 날인 4월 27일, 오전 5시에 보라카이 섬으로 입도하기 위해 선착장으로 툭툭이를 타고 갔다. 숙소에서 선착장까지는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툭툭이 타는 재미도 있고 공항 밖에서 타는 툭툭이는 싸다. 

선착장은 조용했다. Registration Verification Counter로 가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입도 신청하면 간단한 서류와 세금 150페소와 300페소를 각각 내고 배 삵은 따로 내면 된다. 내 삵은 정말 싸다. 배에 타고 승객이 꽉 찰 때까지 기다린다. 승객을 다 태운 배는 출항 10여 분 만에 보라카이 선착장에 도착했다.

보라카이 선착장에 내리면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봐도 좋다. 아직 이른 시간이고 자유여행이지 않은가. 주변에 세븐일레븐이 있다. 커피도 마시고 세븐일레븐에서 아침 겸 무엇이라도 먹어 두자. 그렇게 세븐일레븐에 앉아서 여유를 부리고 있으면 그 앞으로 Hop-on hop-off 버스가 지나갈 것이다. 그 인근에 홉 온오프 버스 정류장 종점이 있다. 버스에서 1일 무제한 이용권(약 4000원)을 구입하면 보라카이 지도와 함께 친절한 관광안내도 받을 수 있다. 위의 사진은 가장 최근에 오픈한 뉴코스트 해변이며 홉 온오프 버스를 타고 맨 처음 방문한 해변이다.

이 버스를 타고 보라카이 섬을 이동해 보자. 무엇보다 에어컨이 시원해서 좋다. 두 번째 방문지 푸카해변. 버스가 내려주는 곳에서 조금 걸아가야 해변이 나온다. 가는 곳마다 여행상품을 파는 삐끼들이 말을 거는데 바가지 쓰고 싶지 않다면 댓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리 흥정을 해도 바가지다. 

푸카해변에서 출발하여 그다음 정류소에서 내리면 꽤 오랫동안 이 골목 저 골목을 걷게 되고 이 간판을 따라 해변으로 갔다. 버스표를 구입할 때 버스 안내양이 안내해 준 대로 한 것이다. 이 해변부터 보라카이 해변은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무척 아름답다.

맑은 하늘과 구름 푸른 바다색이 그림 같다. 

해변에 취해 걷다 보면 사진 찍어 주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위의 모래 이런 것을 만들어 놓고 사진 찍고 가라고 부른다. 사진을 찍고 1달러 팁을 주는 것도 아깝지 않았다. 자연의, 해변의, 보라카이의 아름다움에 취해서였나.

미국령 괌에서 1년 살아서인지 해변 풍경의 아름다움의 기준이 꽤 높은 편이다. 보라카이의 해변은 무척 아름답다. 보라카이 바다의 매력은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이 한 몫하는 것 같다. 바다는 평안하고 여유로워 보이고 빈 배는 먼 곳에 대한 동경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저 배를 타면 천국 같겠구나... 생각을 하게 만든다.

끝없는 해변을 따라 더 이상 걸어 갈 수 없는 곳 까지 걸었다. 팜트리의 그늘은 보라카이 해변의 아름다움의 연장이다. 

수영복은 미리 입고 겉 옷만 걸치고 다니면 편하다. 짠 물은 해변을 걷는 동안 다 마른다. 마음에 드는 팜나무 그늘아래 자리를 잡아 놓고 수영을 즐기면 된다. 그늘 진 자리를 찾다 보면 눈치 빠른 사람이 다가와 돗자리를 대여해 준단다. 돗자리 대여하면 이 사람이 짐도 봐주고... 편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이때까지 아무런 액티비티도 예약하지 않았었다. 현지에서 선셋크루즈를 예약하려고 했지만 해변에 취해 다니다 보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삐끼들의 가격은 터무니없었다. 인터넷으로 Klook에서 봐 둔 보라카이 선셋 크루즈를 당일 예약했다. 일정은 약 3시간 소요로 오후 4시에 시작되는 투어였다. 비용은 1인 2만 원.

지정 장소에서 정확한 시간에 출발했다. 보라카이 여행에서 선셋크루즈는 필수인가 보았다. 수 없이 많은 배들이 같은 시간에 출발하여 바다 위를 저 다마 항해하는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바다 위를 즐기며 일몰이 시작되기 전까지 스노클링, 패들보드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모든 장비 이용 무료.

수식어가 필요 없다

일몰과 함께 선셋크루즈가 끝났고 보라카이 여행도 여명의 끝에 있었다. 무엇보다 선셋크루즈를 끝낸 인파들이 탈 것을 기다리느라 거리는 매우 혼잡했다. 에어컨 빵빵한 홉온오프 버스를 기다리면서 나는 여유로웠고 선착장까지 시원하게 땀을 식히며 보라카이 여행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나는 보라카이 섬을 떠났다.


그다음 날, 오전 비행기를 타고 마닐라로 떠났다. 여기서 한 가지 꼭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말라이 카티클란 공항은 입국 공항이다. 말라이 출국공항은 고도프레도 Godofredo 공항으로 선착장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이 사실을 몰랐었다.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엘 가야 했는데 툭툭이가 오질 않았다. 같은 툭툭이를 매번 애용했었고 약속도 꽤 잘 지키는 툭툭이였는데...결국 걸어서 공항으로 가게 되면서 그 툭툭이가 오지 않았던 이유를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