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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여행 5일째다. 푸노에서 전날 밤 출발 했던 야간 버스는 새벽녘에 쿠스코 Cusco에 도착했다. 페루의 야간 버스는 매력적이다. 자고 일어나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데려다 놓는다. 게다가 시간과 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다. 이 좋은 야간 버스를 3박씩이나 막 애용하다 보니 쿠스코에 도착하자 탄성이 났다. 예약된 방에서의 안식 그리고 샤워가 간절했기 때문이다. 페루여행 11박을 계획할 때부터 이 여행은 예정된 고행이었다. 

버스터미널에서 아르마스 광장까지 걸어서 도착했다. 숙소로 가기 전 광장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라스베가스에서도 볼 수 있는 초록색 스타벅스 글씨, 큼직한 소파가 있는 매장과 커피냄새, 낯익은 스타벅스가 반가웠다. 지금은 대한외국인으로 한국에 있지만 여행 당시엔 라스베가스에서 10년째 거주 중이었다. 

쿠스코 Cusco는 고대 잉카제국의 수도이며 해발 3400미터의 안데스 산맥에 위치해 있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 구입한 약을 쿠스코 도착 며칠 전부터 매일 한알씩 복용했다. 사진들은 아르마스 광장이다. 쿠수코에서는 돌로 만들어진 골목길과 거리를 걷다 보면 놀라운 유적지와 페루 전통음식에서 고급요리까지 훌륭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음식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Airbnb로 예약한 숙소를 찾아 나섰다. 잘 정비된 골목길을 들어섰는데 숙소는 계단 높은 골목길에 있었다. 그 골목길을 올려다보니 어깨를 맞된 집들이 골목 양쪽으로 줄지어 있었고 그 계단은 하늘 끝으로 향하고 있었다. 푸르른 하늘과 선명한 구름이 그림처럼 아름다웠지만, 이런 세상에 얼마나 가야 되는지도 모른 체 계단을 오르는 것은 곤혹이었다. 다행히 계단 중간쯤에서 숙소를 찾았다. 숙소는 깔끔했고 주인장은 다정했다. 푹 쉴 수 있어 좋았다.

숙소 찾아가는 골목 길, 올라 온 것 보다 더 올라 가야 했다.
잘 단장 된 숙소 입구 꽃밭
12각의 돌 12 angled stone

페루 여행 6일. 새벽 5시. 숙소에서 조용히 나오는데 주인장이 아침이 든 노란 봉투 2개를 내밀며 미소를 짓는다. 잘 다녀오라고. 그리고 페루의 무지개 산, 비니쿤카 Vinicunca 투어 픽업이 정확한 시간에 이루어졌다. 투어 예약은 쿠스코에 도착하고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 있는 여행사들을 둘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곳에서 예약을 했었다. 숙소가 조식포함이었다. 투어 픽업 장소를 여행사에 말했었고, 여행사는 주인장에게 알렸을 것이고 이런 아침, 주인장은 조식을 봉지에 담았나 보았다. 감사하게도...

고산증 예방에 좋다는 코카 차.

비니쿤카는 일곱 색깔의 산이라는 뜻이다. 쿠스코에서 비니쿤카를 가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이 없어 투어를 할 수밖에 없다. 고산증이 발생할 경우 인솔자가 있으니 개인 등반보다는 조금은 더 안전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등반을 위해 작대기를 하나씩 나누어 주는데 이 작대기가 엄청 중요했다. 투어 비용에는 조식 겸 점심도 포함되어 있어 좋았다. 코카 차도 한 잔 마셔주자.

자연은 말이 없다. 하늘, 구름 그리고 주변엔 나무하나 없는 민둥산뿐이었지만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나 싶었다. 비니쿤카를 향해 그 아름다움으로 걸었다. 미리부터 말을 타고 비니쿤카로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점차적으로 오르막으로 가는 고산지대를 걷다 보면 차츰 산소 부족 상태가 오고 걷기에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작대기를 의지하여 한 발을 내 딛기에도 힘든 순간이 온다. 내가 왜 이러지 내 몸의 팔다리가 마음대로 안 움직여 줄 때를 경험하게 된다. 비니쿤카 산 중턱, 정상을 앞두고 고산증 증세의 고비를 넘고 나면 이번엔 차디찬 광풍이 온몸에 불어 닥쳤다. 바닥은 모래로 미끄럽고... 그렇게 힘들 땐, 갈 수 없을 땐 그 자리에서 쉬면 된다.

마침내 비니쿤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서게 되었다. 벅찬 감격으로 비니쿤카를 조망했다. 산을 오르는 긴 행열이 바로 내가 왔던 길이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천진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행복감 때문에 나는 무지개 산의 여덟 번째 색이 되었다. 넓게 펼쳐진 무지개 빛의 산 능선을 내 기억 속에 접어 넣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