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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자유여행 7일째, 목표는 마추픽추다. 마추픽추 "모르면 용감하다"라고 했던가. 마추픽추를 계획하면서 매우 신중한 선택을 해야 했다. 마추픽추 입장료와 마추픽추까지 가는 기차 비용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린 나의 선택은 대단히 용감했다. 쿠스코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산타 테레사까지 간다. 산타 테레사에서 다시 작은 마을 산타 마리아까지 미니 버스 또는 택시를 이용하여 간다. 산타 마리아에서 1박을 한다. 다음 날 새벽 산타 마리아에서 택시를 타고 하이트로 일렉트리카 역으로 연결된 기찻길까지 간다. 그 기차길을 따라 15킬로를 걷는다. 하이트로 일렉트리카 역에서 마추픽추 입구까지 등반을 한다. 오전 10시 30분 마추픽추 입장(사전예약). 마추픽추를 관람을 끝내고 왔던 길을 되돌아온다. 이렇게 인터넷 정보로 쿠스코에서 대중교통으로 마추픽추 가는 경로를 익혔다. 머릿속에 그 경로를 어렴풋 그리고 있었고 페루 자유 여행 7일째 되던 날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조식포함, 쿠스코 숙소에서 떠나기 전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다.
산타 테레사로 가는 버스 표를 샀다.

쿠스코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오전 8시 30분 버스 정류장으로 왔다. 쿠스코에서 산타 테레사 Santa Teresa까지 가는 버스표를 구입했다. 버스 시간 출발 시간은 10시, 버스를 기다리면서 터미널 빵 가게 사장님과 잘 통하지 않는 대화를 나누며 한바탕 웃었다. 페루 사람들은 여행자들에게 친절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무묵묵한 편이었지만 국민성 자체가 올바르고 착하고 이해심이 많았다. 예가 있다. 오전 10시 출발 예정이었던 버스는 출발하지 않았다. 출발 시간을 30분이나 넘기자 슬슬 부화가 치밀었다. 버스에 탄 승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느 누구도 운전사에게 왜 안 가느냐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것 역시 못마땅했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버스표를 샀던 카운터로 가서 화를 내고 말았다. 나는 8시 30분부터 10시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린 사람이다, 충분히 화날만했다. 그리나 나는 후회했다.

웃음을 세계 공통이다, 빵집 사장님과 웃음 교환.
쿠스코에서 산타 테레사로 가는 버스에서 찍은 사진
이 버스를 타고 쿠스코에서 산타 테레사까지 갔다.

쿠스코에서 산타 테레사까지 가는 버스는 터널하나 없이 몇 개를 산을 넘었다. 좁고 험한 산길을 넘었는데 손님으로 왕 노릇을 한 내가 버스 요금으로 낸 몇 솔(페루 화폐 단위)은 운전사의 노고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였다. 좁은 산 길을 운전하는 운전사의 운전 솜씨는 말해서 무엇하랴. 딱 한 번 쉬어 가는 휴게소. 내려서 화장실도 가고 먹을 것도 구입했는데, 운전사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간식을 건넸다. 손님은 왕이다 그리고 페루인처럼 올바르고 착하고 이해심 많은 왕이 되어야겠다고 돌이켜 생각했다.

산타 테레사에서 내려 산타 마리아로 들어 가는 미니버스를 기다렸다.

오후 2시 30분쯤 산타 테레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어느 쪽으로 가야 산타 마리아로 가는지 헷갈렸다. 노점상인들이 산타 마리아로 가는 미니버스와 택시 타는 곳을 알려 주었다. 산타 마리아로 가는 택시를 탔다. 엄청 낡은 택시에 어린 학생들까지 인원 초과를 지탱하며 택시는 출발했다. 가다 보니 버스를 타고 지나왔던 험한 산길보다 훨씬 위험해 보이는 비포장 산 길, 차바퀴 아래는 바로 낭떠러지다. 택시는 길에 서 있는 사람은 무조건 태웠다. 타고 내리기를 반복해 가며 낡은 택시는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깊게 더 깊게 파고들었다. 택시 안의 승객들, 특히 똘똘한 눈의 아이들이 어른들 품에 안기어 안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간신히 불안을 잊었다. 그렇게 4시 30분쯤에 산타 마리아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한 페루 여자가 자신의 숙소로 가자고 안내해서, 그 숙소로 정해버렸다. 산타 마리아 인근에 시설 좋은 야외 온천이 Cocalmayo hot springs 있다. 택시를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1시간 정도 온천을 즐기고 돌아와 식사는 산타 마리아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에서 해결했다.

Cocalmayo hot springs 코칼마요 온천 입구.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멋진 야외 온천 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페루 자유 여행 8일째. 산타 마리아, 이 동네에서 해가 뜨기 전인 오전 5시 숙소를 나섰다. 마추픽추에서 혹시라도 헤치하이크를 해서 쿠스코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짐도 모두 챙겼다. 그렇게 하이드로일렉트릭 역으로 갈 수 있는 기차길까지 택시를 탔다. 택시는 새벽에 나온 여행객들이 어디를 가는지 다 알고 있는 듯했다. 별 말 없이 골목길을 이리저리, 시냇물 건너, 결코 평탄치 않은 새벽 길을 능수능란하게 운전하여 목적지인지도 알 수 없는 한적한 길 끝에 내려주었다. 택시 운전사는 손끝으로 풀 숲을 가르켰다. 주섬주섬 산 길을 올라 오다 보니 기찻길을 만나게 되었다. 오전 5시 30분 날은 밝았고 마침 강아지 몇마리가 기찻길에서 낮선 이방인을 반겨 주었다.

기차길 위에 올랐을 때는 우와 이제 마추피추에 다 왔구나 생각하고 신이 났다. 빠른 걸음으로 기찻길을 따라가며 사진도 찍고 여유로웠다. 그런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기찻길. 비줄기까지 세차지니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다. 이 기찻길에서 하이드로일렉트릭 역까지는 15킬로였다. 15키로 걷는데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기차길 위엔 아무도 없었다. 단 둘이서 기차길을 2시간 30분 걸었다.
비까지 내려 마음도 몸도 무거워진다.
마추픽추 등반 시작 시간

15킬로를 걸어가면 기차가 보이고 계단을 내려가서, 마추픽추 등산로 입구 쪽으로 가게 되면 작은 매표소가 있다. 매표소 맞은편에는 가게가 하나 있다. 그 가게에서 화장실 이용, 짐 맡기기가 가능하다. 배낭을 맡겨 놓고 마추픽추로 등반길에 올랐다. 오전 8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마추픽추로 가는 등반 길
아구아스 깔리안떼에서 사진에 보이는 저 버스를 타면 쉽게 마추피추까지 갈 수 있다
오전 10시 30분 예약 된 마추픽추 입장을 기다리며 간단한 식사

등반을 1시간 넘지 한 것 같다.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였다. 오전 10시 30분이 예약된 마추픽추 입장시간이였다. 기다리면서 커피와 센드위치를 먹었는데, 가격은 미국 물가와 같았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마추피추 입장은 허용되었다.

마추픽추에 입장하면 곳곳에서 라마를 볼 수 있다.
마추픽추 내에서 허용되는 구역은 구석구석 열심히 돌아 보자.
인생 컷을 남겨 보자
구름이 마추픽추 봉우리를 가리면 구름이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는다.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타지 않았던 기차다.
왔던 길을 돌아 간다.

마추픽추에서 마음껏 시간을 보내고 나와 등반길로 하산하여 기찻길을 걷기 전에 아구아스 깔리안테를 들렀다. 아구아스 깔리안테에서 쿠스코로 가는 기차를 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왔던 기차길로 돌아 갔다. 기차길을 걸어서 새벽에 택시에서 내렸던 곳까지 다시 걸어갔다. 돌아 가는 길에 많은 젊은 여행자들을 기찻길에서 만났다. 아마도 아구아스 깔리안테에서 숙박을 하려나 보다. 아구아스 깔리안테는 추천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비싸다. 기차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여행자들과 안녕, 인사를 나누면서 내가 경험한 것을 너희들도 하게되겠구나 생각에 애정을 느낀다. 왠 걸. 그 폴란드 커플 기억하는지. 이카에서 택시에 합승하고 파라카스에서 해양투어를 같이 했었던 그 폴란드 젊은이 커플. 기차길에서 딱 마주쳤다. Hey! Very nice to see you here. 무지 반가웠다. 

2020년 3월 나는 마추픽추에 2번째 방문을 했다. 이번에는 쿠스토에서 마추픽추까지 기차를 탔다.

2020년 3월 마추픽추를 다시 방문했다. 그때는 쿠스코에서 기차를 탔다. 멋찌고 아름다운 풍경을 편안하게 티를 마시면서 아구아수 깔리안떼에 도착. 다시 편하게 버스를 타고 마추피추에 도착했다. 아름다웠던 추억은 더 아름다운 추억에 먹혀버린다. 마추피추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기찻길을 걷고 등반을 하고... 단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기억하면 할수록 새로운 기쁨을 선사하는 추억이 되었다.